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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달콤한 재앙
글 : 케르스틴 기어 / 옮긴이 : 함미라
출판사명 : 소담
도서분류 : 소담출판사 > 소설
발행일/ISBN/판형/분량: 2013-11-07 / 89-7381-683-5-03850 / 145*210 / 3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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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네가 아니었다면
우린 더 행복할 수 있었을까?

‘여자 알랭 드 보통’ 케르스틴 기어의 사랑에 관한 유쾌한 수다

독일 「슈피겔」, 아마존 베스트셀러!
여자의 심리를 이토록 잘 포착해낸 소설은 이제껏 없었다

전 세계 22개국에 판권이 팔리면서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케르스틴 기어가 다시 돌아왔다. 현대 여성 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그녀는 섬세하면서도 유쾌한 필치로 ‘여자 알랭 드 보통’, ‘사랑스러운 수다쟁이’ 등의 수식어를 얻으며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왔다. 위트와 유머로 가득 찬, 그러면서도 시원시원하고 통쾌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문장은 시종일관 묵직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또한 일상의 여러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 전 세계 여성 독자들의 공감대를 확보하는 데 손쉽게 성공했다. 이것이 많은 독자들이 그녀의 책에 열광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독일 「슈피겔」 및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토록 달콤한 재앙(원제: 저쪽 들판이 더 푸르다)』은 기존에 발표된 그 어느 작품보다 기어의 장점이 극명히 드러난 소설이다. 이번 작품은 일상에 지친 한 여자가 불의의 사고로 5년 전으로 돌아가 운명과의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이야기다. 타임 슬립이라는 다소 흔하고 익숙한 판타지 코드를 녹여낸 이 스토리가 식상하고 허무맹랑한 로맨스 소설로 읽히지 않는 것은 주인공 카티 그리고 그녀의 주변 인물들을 둘러싼 각각의 에피소드가 너무나 사실적이고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기어는 이 책에서 부부 혹은 연인 관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양상을 아주 현실감 있게 보여주며, 사람들이 유혹에 빠지는 과정을 디테일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필치로 그려냈다. 그리고 주인공 카티의 상황을 통해 독자에게 단계별 질문을 던진다. 소설에 내포된 작가의 질문을 책 소개로 대신한다.

Q1. 누구나 다 그렇게 살면,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하나?

여자의 삶은 여러 가지 문제로 가득 차 있다.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 지나치게 예민하고 심각해서일까? 아니면 신이 유독 여자에게만 짓궂기 때문일까? 케르스틴 기어는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통해 현대 여성들을 둘러싼 문제들에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그 문제의 실체를 한 꺼풀씩 벗겨내왔다. 이번 소설에서 그녀가 접근하고자 한 여성의 문제는 남자와의 관계, 바로 ‘사랑의 실체’다.
‘내가 이 남자와 평생을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나에게 더 잘 맞을 것 같은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된다면?’

남자 친구와 별다른 갈등 없이 연애하면서도, 배우자와 평온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문득문득 가슴을 헤집고 들어오는 근원적 질문. 하지만 아무도 그 질문에 대답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냥 그런 게 인생이라고, 참고 살라고, 또 누구나 다 그렇게 산다는 안일한 말로 문제를 덮어버리고 만다. 결혼 혹은 연인과의 약속에는 물론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일상의 불만족을 무조건 모른 척하고 행복한 얼굴을 꾸민 채 산다는 건, 설령 파트너에 대한 예의는 될지언정 인생에 대한 예의는 아닐 것이다. 케르스틴 기어는 주인공 카티의 삶을 통해 가슴속에서 들끓는 권태와 불만을 외면하지 말고 꺼내어 마주 보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길을 찾길 권한다. 그녀가 이 작품에 심어놓은 판타지 요소는 그 과정을 실감 나게 그리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Q2. 새롭게 찾아온 열정 앞에서 당신은 무조건 쿨할 수 있는가?

이 소설의 주인공 카티는 남편 펠릭스와 함께 있을 때 무한한 행복감과 안정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 행복감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완벽히 외면하지 못한다. 결혼 생활 5년째에 접어들면서 그들의 일상은 단조로워지기 시작하고, 사랑도 식어간다. 처음 만났을 때 ‘너는 내 운명’이라며 하이에나처럼 달려들던 그의 눈빛에선 어느새 연애 시절의 뜨거움이 식은 지 오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의심의 목소리는 점점 커진다. ‘이 남자와 함께 평생 늙어가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의심이 커져갈 무렵 카티는 우연히 마티아스를 만난다. 그리고 그의 색다른 매력에 점점 마음을 빼앗기는 자신을 발견한다. 카티의 삶은 이제 다시 복잡한 우주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급기야 가슴속에서 폭풍이 일기 시작한다.

“당신, 알아?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사랑한다면…… 당신이 나랑 사는 게 마치 당신이 평생 벌을 받는 것처럼 그렇게 나를 취급하고 또 그렇게 행동하도록 놔둬선 안 되는 거 아냐? 나는 ‘단 한 번’만이라도 당신이 나를 변호해주는 걸 경험해보고 싶어…….” _본문 중에서

굳이 비교하려 든 것도 아닌데, 카티는 새롭게 빠져드는 마티아스의 따뜻한 면모를 펠릭스에게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못내 못마땅하다. 케르스틴 기어는 ‘불륜’이라 불릴 만한 세속적인 코드를 세련되고 현실적인 화법으로 재구성하며 독자를 설득해나간다. 소설 속에서 카티가 들려주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떤 독자라도 남편을 두고 새로운 남자에게 흔들리는 카티의 마음을 무책임하고 저속한 욕망으로만 치부하지 못할 것이다.

Q3. 당신에게 두 번째 삶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방황 속을 헤매던 카티는 도심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서 겨우 의식을 되찾는다. 그런데 그날이 하필 5년 전 펠릭스를 처음 만난 바로 그날이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지금껏 자신이 살아온 무의미한 인생을 ‘반전’시킬 결심을 하게 된다. 그로써 지난(?) 5년간 자신의 마음을 괴롭혔던 다른 모든 문제와도 이별을 고할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한다. 괴팍한 직장 상사, 사고투성이였던 언니의 결혼식, 지긋지긋한 시동생과의 갈등, 친구들의 크고 작은 문제들도 모두 ‘퓨처 우먼’인 자신이 해결할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계획은 술술 쉽게 풀려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카티는 한 가지 새삼스러운 사실을 깨닫는다. 운명은 한 가지 기쁨과 행복을 내어주면 다른 한 가지 새로운 문제를 내어준다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한 삶의 이치 앞에서 카티는 비로소, 자신의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진실을 알게 된다.
사고 직전 새로운 유혹 앞에 흔들리며 설렘을 느끼는 마음과,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마음을 공유하며 독자는 빠른 속도로 이 이야기에 빠져들 것이다. 사고 직후 5년 전으로 돌아간 카티가 펠릭스와의 만남을 거부하는 과정 하나하나는 한 편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 흥미진진한 재미를 안겨준다.
이 소설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는 기어가 설정한 카티의 ‘두 번째 삶’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어느 방향으로 해석하든, 독자는 카티의 삶에 자신의 상황을 투영시켜 돌아보기를 멈추지 못할 것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고군분투하는 카티의 운명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그녀가 새로운 삶을 찾은 장면에서 독자 또한 제 삶의 진짜 보물을 찾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삶에서 제자리를 찾은 카티는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행복감을 느낀다.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의 사랑, 예기치 않은 사고, 이 모든 사건은 당혹스럽고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인생의 재앙이었으나,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카티에게는 결과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한 재앙이었다. 이것은 소설이지만, 먼 길을 돌고 돌아 자기만의 진짜 행복을 깨달은 여자의 눈물겨운 여행기이기도 하다.

줄거리

카티는 남편인 펠릭스와 함께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지만, 어느 사이 둘의 애정 생활에 ‘일상’이 소리 없이 스며든다. 그와 함께 남편과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짓인지 회의감도 느낀다. 회의감이 커질수록 카티는 우연히 만난 마티아스를 향한 사랑도 커감을 느낀다. 둘의 사랑을 확인한 그날, 카티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병원에서 눈을 뜬 그녀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동요하기 시작한다. 눈을 뜬 날은 정확히 남편 펠릭스와 처음 마주친 5년 전 그날이었던 것.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야겠다고 생각한 카티, 운명과의 전쟁을 치르기로 결심하는데….

책 속으로

“당신, 알아?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사랑한다면…… 당신이 나랑 사는 게 마치 당신이 평생 벌을 받는 것처럼 그렇게 나를 취급하고 또 그렇게 행동하도록 놔둬선 안 되는 거 아냐? 나는 ‘단 한 번’만이라도 당신이 나를 변호해주는 걸 경험해보고 싶어…….” 나는 조금 전 마티아스가 내 어깨를 감쌌을 때의 그 느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게레온의 보기 드문 바보 같은 표정도. “당신은 왜 한 번도 그렇게 하지 않는 거지, 펠릭스?”
희미한 불빛에도 펠릭스가 미소를 짓는 게 보였다. “카티, 나는 당신과 게레온 두 사람이 맞붙을 때마다 당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었어. 반대로, 말솜씨에 있어선 당신이 그 친구보다 훨씬 월등하지. 늘 게레온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야.”
나는 황당하기 짝이 없어 펠릭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게레온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그 친구는 당신한테 맞설 만한 최소한의 센스조차 갖지를 못하는데, 당신은 그 친구의 말을 아주 출중한 실력으로 철저하게 반박하며 매번 그 친구를 멍청이처럼 서 있게 만들지.”
“그건…… 그건 사실이 아니야!”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물론 난 게레온이 멍청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내가 그러는 건 단지 나를 보호해야 했기 때문이야. 안 그러면 아무도 그렇게 해주지 않으니까. 그리고 또…… 언제나 시작하는 건 게레온이라고! 그리고 무슨 그런 뚱딴지같은 논리가 다 있어? 내가 원하는 건 당신이 내 편이 되어주는 거라고……. 당신이 나를 보호해주는 거…… 당신이 나에게…….” 나는 입을 다물었다.
_pp.106~107

이 모든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내가 내일 저 주차장으로 가지 않는다면, 그래서 펠릭스의 자전거를 치고 지나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만날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면 그가 나를 집에 데려다주지도, 또 내 전화번호를 물어볼 일도, 우리가 결혼할 일 역시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5년 뒤, 내가 그의 마음을 상심하게 하는 일은 아예 있을 수도 없을 거다.
일이 이렇게 간단한 것을. 펠릭스는 나 없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것이고, 마티아스와의 일 때문에 고통받을 일도, 내 장례식장에서 울 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는 양심의 가책 없이 마티아스에게 올인할 수 있을 것이다.
_p.149

“만약 그 사람이 예수였다면, 세상의 종말에 관한 말로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았을 거라고요! 불안은 정말 비생산적이잖아요. 불안은 우리 인생을 망가뜨리죠. 나는 항상 매사에 불안했어요. 예를 들어 내가 충분히 사랑스럽지 못한 것에 대해, 훌륭하지 못한 것, 예쁘지 못한 것, 충분히 똑똑하지 못한 것에 관해서 말이죠. 하루 24시간 내내 불안에 떠는 것, 그게 어떨지 한번 상상해봐요. 하지만 나는 흠잡을 데 없이 사랑스러워요. 그리고 훌륭하고 예쁘고 충분히 똑똑하다고요!”
나는 마티아스의 시선을 따라 내 몸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팬티 한 장만 달랑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려면 어떠리. 나는 너무나 아름다운걸!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탐날 정도로 아름다운걸.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애써 배를 집어넣지도 않고 벌거벗은 채 누군가의 앞에 서 있었다. 설사 내 배가 좀 나왔더라도, 집어넣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충분히 훌륭해요! 아니면, 마침내 불안을 거두어들인다면, 그 순간 우리는 그렇게 될 수 있을 거예요. 이거 신기하지 않아요?”
마티아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쪽으로 한 걸음 다가와 두 팔로 나를 감싸 안았다. “그래요, 정말 신기해요.” 그가 내 머리칼에 대고 속삭였다.
_pp.303~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