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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맨
글 : 이시카와 도모타케 / 옮긴이 : 양윤옥
출판사명 : 소담
도서분류 : 소담출판사 > 소설
발행일/ISBN/판형/분량: 2012-11-30 / 89-7381-297-4-03830 / 131*187 / 4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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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엘러펀트 Golden Elephant 상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양성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상으로 한국, 일본, 미국, 중국의 출판 관계자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최종 대상작을 결정한다. 대상을 받은 작품은 이 네 나라에서 다양한 매체의 형태로 선보여지고 있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연상되는 일대 복수극에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모험 미스터리가 가미되어 강한 흡인력으로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소설이다. 부익부 빈익빈의 고장 난 자본주의, 부패하고 무능한 국가 권력, 약자의 입장을 옹호하지 못하는 법체계, 인간의 생명마저 상품화하는 도덕성 붕괴와 같은 현대 사회의 모순을 정확하게 짚어낸 문제작이기도 하다.” _양윤옥(심사위원)


세상에는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사람, 잘못한 것 없이 누명을 쓴 사람, 운이 없어 피해를 입은 사람 등 잘못 하나 없이 절망 속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이 있다. 한 개인이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이유로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그 절망과 분노는 누가 책임져줘야 하는가.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는 문학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문제로 고민해왔으며, 이시카와 도모타케의 소설 『그레이맨』은 그러한 현실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짚어낸 문제작이다. 
『그레이맨』은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소설 공모전(골든 엘러펀트 상)에서, 전 세계의 독자를 매료시킬 만큼 시사성 있는 가치관과 충격적인 스토리로 높은 평가를 받아 150여 편에 이르는 응모작 중에서 당당히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주인공 그레이는 사회에 착취당하고 내버려진 자, 국가로부터 소외된 자, 그리고 죽음을 각오한 자들을 모아 ‘크리스마스’라고 부르는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사회에 대한, 국가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부의 재분배’, ‘권력의 재분배’라는 작전을 감행하는 그레이는 이 사회 99퍼센트의 약자들에게 큰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현대 사회의 부조리함을 정확하게 짚어낸 문제작
“괴물 같은 세상에 들이대는 날카로운 칼날”

하루가 멀다 하고 끔찍한 범죄가 쏟아져 나와 사회면 기사를 가득 채운다.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누구를 향한 분노인지도 불분명한 ‘묻지 마 범죄’가 뉴스 기사로 흘러나오는 걸 볼 때면, 지금은 잠시 운이 좋아 불행을 피해 갔을 뿐 나 또한 그러한 범죄의 피해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그런데 ‘묻지 마 범죄’라고 간편하게 이름 붙이긴 했지만 정말 그들은 아무 이유 없이 범죄를 저지른 걸까? 혹시 사회에 대한 절망과 분노가 ‘절망범죄’로 표출된 것은 아닐까?

“이 세상에는 꽃을 꺾는 쪽과 꺾이는 쪽, 두 가지밖에 없어. 힘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대다수를 지배하지. 이 세상이 그런 구조로 굴러간다는 건 너도 지금까지 살면서 충분히 깨달았을 텐데?”

못 가진 자들은 계속 불행할 수밖에 없는 사회, 강자는 약자를 억압하고 약자는 항상 참아야 하는 그런 사회에서 주인공 그레이는 괴물 같은 세상에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댄다. 부패하고 무능한 국가 권력은 나를 보호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법에 호소하기보다는 직접적인 응징을 선택한다. 소중한 가족을 잃고 10년 동안 복수를 꿈꾸며 살아온 주인공 그레이에게는 타인의 절망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 착취당하고 내버려진 자만이 지닌 눈빛, 몸이 찢기는 듯한 고통을 맛보고 마음이 너덜너덜해질 만큼 어둠의 깊이를 알아버린 사람이 가진 기척을 감지하는 능력이다. 그레이는 그렇게 절망 속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을 모아 잘못된 세상에 저항하기 시작한다. 더 이상 참지 말고 분노하라는 외침은 권력자에게 공포감을 주고, 각자의 세상을 지켜내기 위한 이 절박한 분노는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멋진 곳으로 바꿔보고 싶다는 꿈으로 발전한다. 


복수는 우리의 것!
“무능한 신을 대신해서 우리가 심판해줄 테니.”

내가 사는 세상이 부조리하고 부패한 데다가 나를 지켜주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국가 권력 또한 무능력하다는 것 알았을 때, 위기에 빠진 내가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두 가지다. 포기하거나 싸우는 것. 이 작품 『그레이맨』은 나를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뜨린 사회의 악과 대면했을 때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레이맨』에서 주인공 그레이는 웃을 일보다 고통스러운 일이 더 많아 이 세상을 포기하려는 자들을 모아 복수를 꿈꾼다. 그레이의 복수는 개인의 분노와 보복에서 끝나지 않고 이 지독한 세상 구조가 바뀌기를 바라는 사회적 복수이다. 범인뿐만이 아니라 이 나라 전체를 갉아먹는 그 잘못된 구조에 복수하는 것, 그것만이 그레이가 삶을 이어가는 이유이다. 그래서 그레이의 복수는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과 같은 슈퍼 히어로가 보여주는 한 개인의 영웅담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 세계 ‘99퍼센트의 약자’ 모두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복수는 ‘나의 것’에서 나아가 ‘우리는 것’이 되고, 분노와 저항의 물결로 이어지는 것이다. 

"신은 무능했어. 악을 심판하지 못한 채 그저 내팽개쳐두고. 그뿐인가, 거짓된 평화의 일상까지 안겨주었지. 비뚤어진 세상을 방치해두는 신, 나를 무시해버린 무자비한 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한 신. 이제 손가락이나 빨면서 내가 하는 일이나 지켜보시기를. 무능한 신을 대신해서 내가 심판해줄 테니."


줄거리

회색 양복에 회색 구두, 얼굴에는 핏기가 전혀 없고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눈동자는 불타는 듯한 검은 빛이었다. 자살하려는 나를 구해준 남자 ‘그레이’는……. 그레이는 썩을 대로 썩어버린 이 세상에서 착취당하고 내버려진 자, 국가로부터 소외된 자, 그리고 죽음을 각오한 자들을 모아 ‘크리스마스’라고 부르는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사회에 대한, 국가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그레이, 10년 전 그레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이 복수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저자 인터뷰

—『그레이맨』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이른바 ‘히어로’에 공감하지 못하곤 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들을 멋있다고 생각할 수가 없었어요.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면서 용감한 주인공보다 오히려 주인공을 빛나게 해주고 이름 없이 죽어가는 마을 사람이나 조무래기 악역에게로 눈길이 가곤 했죠. 그런 몹캐릭터(mob character)에게도 가족이 있고 꿈이 있었을 거라고 상상하면 어린 마음에도 너무 슬프다고 할까, 제대로 텔레비전을 시청할 수가 없었던 적도……. 그래서 약자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영웅 소설, 약자 출신의 영웅을 묘사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습니다.

—온몸을 회색으로 감싼 그레이, 조직의 보스 같은 다카노 등, 등장인물의 강렬한 이미지가 특히 매력적이던데요.
제 경우에는 우선 마지막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그곳을 향해 이야기를 써 내려갑니다. 『그레이맨』에서도 회색빛 하늘에 지폐가 휘날리는 이미지에서부터 시작해서 결국 일본은행이나 영웅이 등장하는 스토리로 만들어졌습니다. 주인공 그레이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는 회색이 감도는 옷차림이라는 이미지밖에 없었는데, 써 내려가는 사이에 그레이 쪽에서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강하게 자기주장을 하고 나서더군요. 그건 다른 등장인물도 마찬가지여서 다카노 같은 인물은 처음에는 아예 등장할 예정조차 없었어요.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 되어버린 것에 누구보다 저자신이 가장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웃음).

—왜 골든 엘러펀트 상에 응모하셨는지요?
인터넷을 통해 골든 엘러펀트 상을 알게 되고 서점에 들러 『염마 이야기』를 샀던 것이 계기가 되었죠. 새롭게 만들어진 문학상만이 가질 수 있는 ‘기세’를 느꼈어요. 많은 것이 미지수였기 때문에 더욱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지요?
그레이의 성장 과정이나 복수의 단초가 된 미야마에 구 모녀 유괴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모습을 써보고 싶어요. 하지만 그전에 ‘탑’이라는 조직의 핵심에도 좀 더 다가가려고 합니다. 그 밖에 일본 중세의 사무라이 일가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어요. 하지만 유명한 다이묘 가문이 아니라 아무도 알지 못하는 무명의 사무라이 집안이죠.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상상력을 어떻게 적절히 균형을 잡아나갈 것인가가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책 속에서

특이한 차림새였다.
위아래 똑같이 회색 양복에 회색 구두, 얼굴에는 핏기가 전혀 없고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눈동자는 불타는 듯한 검은빛이었다.
마치 슬로모션처럼 느릿느릿 걷는데도 유리 쪽으로 쭉쭉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진 것은 그 남자가 풍기는 특이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주위의 풍경이 그 남자로 인해 모조리 흐릿해졌다.
인간이 아닌 사람, 뭔가 인간을 초월해버린 듯한 존재. _93쪽

이젠 너무 지쳤어. 좀 더 재미있게 살고 싶었는데. 마음껏 날개를 펼치고 싶었는데.
그저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자라고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냈더라면 이런 곳까지 흘러 들어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
평범한 집…….
내게는 그 최소한의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_129쪽

“남의 죽음을 예언하는 게 아니에요. 죽음으로 향하려는 사람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거죠. 당신은 침울한 사람과 슬퍼하는 사람을 분간할 수 있나요?”
“그런 정도라면 가능할 거 같은데?”
“그것과 마찬가지예요.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주의 깊게 지켜보면 극한의 궁지에 몰려 있는 인간을 분간할 수 있어요.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은 반드시 어떤 사인을 보내는 법이에요. 하지만 그걸 알아봐주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게 문제죠.” _219쪽

“다행인지 불행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야말로 나락에 떨어졌을 때 그레이에게 구조됐어요. 그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런 썩어빠진 세상에 저항할 줄 아는 사람이 있구나, 정말 대단하구나, 하고. 그래서 그레이를 따라나섰죠. 지금도 이 잘못된 세상에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무엇보다 나는 그레이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될지 꼭 지켜보고 싶어요.” _290쪽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지금 이 나라의 현실이야. 참아라, 이미 죽은 사람은 어쩔 수 없다,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는 없다, 증오에 사로잡히지 말고 산 사람은 살아라, 내일의 희망을 보고 걸어라. 방관자는 그런 말로 피해자 유족과 약자를 대충 달래가면서 엄청난 사건을 없었던 일로 뭉개버리지. 약자는 항상 참아야 하고 자살자는 자업자득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아. 태어나면서부터 걸머지는 불행도 빈곤도 모두 자기 책임이지. 심지어 아무 죄 없이 범죄에 휘말리는 것까지 내 잘못으로 돌려야 한단 말이야.” _396~397쪽

비가 내리는 날은 날씨가 좋지 않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비가 내리더라도 해는 구름 뒤에 숨어 있을 뿐, 그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게다가—.
료타로는 시선을 푸른 하늘로 향한 채 눈을 가늘게 떴다.
“여우비 주제에 이렇게 좍좍 쏟아지다니, 이상하지 않아요? 흠뻑 젖어버렸네.”
곁에서 불퉁거리는 사유리의 소리를 듣고 료타로의 얼굴에 조용한 미소가 번졌다.
비가 내리더라도 날씨가 좋을 때도 있는 것이다. _470~471쪽